Oh, dream, American dream. I can't even sleep from the lights early dawn.
Oh, scream, America, scream. Believe what you see from heroes and cons.
오, 꿈, 미국의 꿈이여. 이른 여명의 찬란한 섬광에 나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네.
오, 절규하라, 미국이어, 절규하라. 그대가 영웅들과 반대론자들로부터 보는 것만 믿으라.
- 21st Century Breakdown- Green Day
초저녁 무렵부터도 햇빛은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아서 냉하고 습한 기운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 고개 조금만 위로 돌려도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마천루들의 불빛은 눅눅하게 쳐진 ㄴ온의 빛과 한 없이 대비된다. 슬럼(slum)이란 것이 뭇 그렇듯 대동소이한 것이지만 할렘(Harlem)은 뭇 슬럼이 아니다. 미국의 꿈이 습지에 녹아들어 만들어진 깨지 못한 꿈의 안개다.
꿈의 안개 속에서도 녹아들지 못하는 것은 꿈의 색이 같아도 보이는 것, 살덩이의 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녹지 못하기에 저 꿈이라는 마약에서 더 일찍 깨어났다. 하지만 이미 늪지에 발이 묶인 존재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 없이 가라앉기만 할 뿐이다. 깨지 못한 자와 다른 점이라곤 자신이 빠져 죽을 시간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봅이다. 그저 제대로 된 성도 이름도 없다. 다들 봅이라고 부르고 자기도 봅이라고 부른다. 생긴건 튀르크쪽 같기도 하지만 언뜻 보면 슬라브 혼혈같아 보이기도 한다. 친지 하나 없는지 언제나 혼자다. 색 빠진 짧은 갈 빛 머리칼은 깊게 패인 두상을 더 부각한다. 신은 애 저녁에 믿는 것을 그만 뒀는지 교회 근처에는 발도 디디지 않는다. 이민 온 대다수의 인간군상이 그렇듯 잡 일만 열심히 해도 중산층이라는 정원 달린 집에서 TV를 보며 맥주나 까먹는 생활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꿈에 넘어와서 막상 제대로 된 잡일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린든(L. B. Johnson)이 바라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에 대한 완전한 실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린든이 이민자까지 생각했을 지는 미지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이쪽 토박이들도 그렇게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난과 인종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내가 남편 바람을 피는 것을 대놓고 용인하는 것보다 쉽다지만 실질적으로야 후자가 압도적으로 쉽다는 것은 세상만사가 다 아는 일이다.
“딴 것 좀 틀어.”
“안 돼. 중요한 경기야.”
봅이 뭐라고 말하건 말릭은 다른 걸 볼 생각도 없었다. 바 주인이 다른 것 보기 싫다면 그게 다였다. 최소한 말릭은 이 공간 안에서는 왕이었다. 애초에 바에 손님이라곤 봅 밖에 없을 정도로 특이하게 한산했다. 방송에서 나오는 건 할렘 글로브트로터스(Harlem Globetrotters)와 워싱턴 떨거지들-원래 이름이 뭐가 되었던 이 바 안에선 워싱턴 떨거지들이라고 불러야한다.-의 남들이라면 진작 질려 버릴만한 농구 경기다. 말릭은 무언가에 대한 자부심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저 경기가 끝나면 진정한 할렘은 이기게 되어있다고 말하곤 했다. 봅 입장에서야 진정한 할렘이 뭔지 관심도 없었지만 이 쇼만 끝나면 일거리가 들어오니 위장에 술을 부어넣으며 한 없이 기다릴 뿐이다.
봅이 정신을 차렸을 땐 경기는 끝나있었고 말릭은 흥분한 상태로 봅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경기에서 잠을 잘 수가 있는거야? 그들이 질 거라고 걱정도 안돼?”
“그치들이야 언제나 이기잖아? 솔직히 너무 강해서 이길 팀이 별로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 말 한 마디에 말릭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고는 실실 웃으며 테네시 한 잔을 따라주었다. 봅은 그 술잔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요즘 할 일 있어?”
“일? 안드레이를 한 번 찾아가봐. 아무나 구하고 있다고 하던데.”
봅은 안드레이의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구겨졌다. 말릭이야 알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안드레이는 봅의 일처리가 너무 지저분하다며 일감을 안준다고 했고 그 덕에 서로간의 분위기는 험악한 상황이었다. 그걸 모르는 말릭은 이미 안드레이에게 연락을 한 상황이었다.
“어, 맞아. 아무나 필요하다고 했었지? 아무나 한 명 보낸다.”
봅이 뭐라 체 말하기도 전에 말릭은 연락을 끝내버렸고 봅의 편두통을 심화시켰다. 말릭은 봅이 인상 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분이 좋았다.
“가봐, 바로 보자는데?”
“망할.......”
“뭐라고?”
“아니. 별 말 아니야.”
봅은 말릭의 바에서 나와 근처의 적당한 전화 부스에 들어가 안드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안드레이는 그 말만 듣고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일거리 안준다고 했을텐데?“
“그 것 때문에 전화한 거 아니야. 말릭이 사람 한 명 보내겠다고 했지? 그게 나야. 말릭이 아무 것도 모르고 연락해서 어쩔수 없었다. 아무튼 이 일 다른 사람 구해, 너나 나나 서로 연관되기 싫으니까. 끊는다.”
“잠깐!”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는 안드레이는 골치아픈 상황을 만났다는 듯 조용히 신음성을 흘렸다. 그 소리가 봅에게 안 들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깊은 소리였다.
“볼 일이라도 있나보지?”
“그 일. 빠른 등기야.”
“바로 걸었다고?”
“그래.”
“누가 일할지도 모르는데?”
“급했다고! 애초에 말릭이 보내는 애들은 다 문제 없다고!”
“병신.”
수화기 넘어서 순간적으로 조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드레이가 한 짓은 욕을 먹어도 싼 수준이 아니라 잘못하면 오지 중 하나는 잘라야하는 짓을 했다.
“다른 놈 구해.”
“사람이 없어!”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러고 보니 바도 한산했지.”
“이 번만 상관 없이 일하는게 어때?”
안드레이는 선심쓰듯 말했지만 그 말은 봅 입장이 아니라 누가 되더라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봅이 대답할 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니 목은 니가 알아서 챙겨.”
“두 배로 줄게!”
“하나님한테 빌지 그래. 잘하면 양 팔로 끝날 수 있겠지.”
“씨발! 세배!”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그럼 씨발 뭔데!”
“니가 좆같아서야.”
“두 배에 영수증 다섯 개까지 끊어줄게!”
“넌 니 어깨 위에 있는게 날아갈 마당에도 흥정하냐? 돈은 필요 없고 이때까지 안 준 영수증 다 끊어와.”
“그거 다 썼다고!”
“지금 죽던가, 나중에 죽던가.”
수화기 넘어서 끄응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알아듣기도 힘들게 화를 내며 방언으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더 성질을 냈다.
“121에 148,4P야!”
“그래.”
바로 이 근처였다. 봅은 전화를 끊고 설렁설렁 목적지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148웨스트 121번가 4플로어 우편함....... 보내는 이. L. H. 오스왈드."
우편함엔 여러 우편물이 섞여있었지만 모서리 끝부분이 빨갛게 색칠된 편지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일이 시작될 때 보는 건 언제나 오스왈드라는 이름이다.
“그럼 받는 이는....... 디안드레 자말이라, 이름하고는."
스스럼 없이 편지봉투를 뜯어서 보자 그 안에는 자말이란 사람의 인상착의와 사는 집이 적혀있었다.
“120번가? 121번가보다 건물은 좋지.”
실없는 소리를 하며 편지를 읽어봤지만 딱히 봅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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