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0일 토요일

미국의 꿈

Oh, dream, American dream. I can't even sleep from the lights early dawn.
Oh, scream, America, scream. Believe what you see from heroes and cons.
, , 미국의 꿈이여. 이른 여명의 찬란한 섬광에 나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네.
, 절규하라, 미국이어, 절규하라. 그대가 영웅들과 반대론자들로부터 보는 것만 믿으라.
- 21st Century Breakdown- Green Day
 
 
초저녁 무렵부터도 햇빛은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아서 냉하고 습한 기운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 고개 조금만 위로 돌려도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마천루들의 불빛은 눅눅하게 쳐진 온의 빛과 한 없이 대비된다. 슬럼(slum)이란 것이 뭇 그렇듯 대동소이한 것이지만 할렘(Harlem)은 뭇 슬럼이 아니다. 미국의 꿈이 습지에 녹아들어 만들어진 깨지 못한 꿈의 안개다.
꿈의 안개 속에서도 녹아들지 못하는 것은 꿈의 색이 같아도 보이는 것, 살덩이의 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녹지 못하기에 저 꿈이라는 마약에서 더 일찍 깨어났다. 하지만 이미 늪지에 발이 묶인 존재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 없이 가라앉기만 할 뿐이다. 깨지 못한 자와 다른 점이라곤 자신이 빠져 죽을 시간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봅이다. 그저 제대로 된 성도 이름도 없다. 다들 봅이라고 부르고 자기도 봅이라고 부른다. 생긴건 튀르크쪽 같기도 하지만 언뜻 보면 슬라브 혼혈같아 보이기도 한다. 친지 하나 없는지 언제나 혼자다. 색 빠진 짧은 갈 빛 머리칼은 깊게 패인 두상을 더 부각한다. 신은 애 저녁에 믿는 것을 그만 뒀는지 교회 근처에는 발도 디디지 않는다. 이민 온 대다수의 인간군상이 그렇듯 잡 일만 열심히 해도 중산층이라는 정원 달린 집에서 TV를 보며 맥주나 까먹는 생활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꿈에 넘어와서 막상 제대로 된 잡일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린든(L. B. Johnson)이 바라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에 대한 완전한 실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린든이 이민자까지 생각했을 지는 미지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이쪽 토박이들도 그렇게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난과 인종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내가 남편 바람을 피는 것을 대놓고 용인하는 것보다 쉽다지만 실질적으로야 후자가 압도적으로 쉽다는 것은 세상만사가 다 아는 일이다.
딴 것 좀 틀어.”
안 돼. 중요한 경기야.”
봅이 뭐라고 말하건 말릭은 다른 걸 볼 생각도 없었다. 바 주인이 다른 것 보기 싫다면 그게 다였다. 최소한 말릭은 이 공간 안에서는 왕이었다. 애초에 바에 손님이라곤 봅 밖에 없을 정도로 특이하게 한산했다. 방송에서 나오는 건 할렘 글로브트로터스(Harlem Globetrotters)와 워싱턴 떨거지들-원래 이름이 뭐가 되었던 이 바 안에선 워싱턴 떨거지들이라고 불러야한다.-의 남들이라면 진작 질려 버릴만한 농구 경기다. 말릭은 무언가에 대한 자부심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저 경기가 끝나면 진정한 할렘은 이기게 되어있다고 말하곤 했다. 봅 입장에서야 진정한 할렘이 뭔지 관심도 없었지만 이 쇼만 끝나면 일거리가 들어오니 위장에 술을 부어넣으며 한 없이 기다릴 뿐이다.
봅이 정신을 차렸을 땐 경기는 끝나있었고 말릭은 흥분한 상태로 봅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경기에서 잠을 잘 수가 있는거야? 그들이 질 거라고 걱정도 안돼?”
그치들이야 언제나 이기잖아? 솔직히 너무 강해서 이길 팀이 별로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 말 한 마디에 말릭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고는 실실 웃으며 테네시 한 잔을 따라주었다. 봅은 그 술잔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요즘 할 일 있어?”
? 안드레이를 한 번 찾아가봐. 아무나 구하고 있다고 하던데.”
봅은 안드레이의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구겨졌다. 말릭이야 알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안드레이는 봅의 일처리가 너무 지저분하다며 일감을 안준다고 했고 그 덕에 서로간의 분위기는 험악한 상황이었다. 그걸 모르는 말릭은 이미 안드레이에게 연락을 한 상황이었다.
, 맞아. 아무나 필요하다고 했었지? 아무나 한 명 보낸다.”
봅이 뭐라 체 말하기도 전에 말릭은 연락을 끝내버렸고 봅의 편두통을 심화시켰다. 말릭은 봅이 인상 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분이 좋았다.
가봐, 바로 보자는데?”
망할.......”
뭐라고?”
아니. 별 말 아니야.”
봅은 말릭의 바에서 나와 근처의 적당한 전화 부스에 들어가 안드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안드레이는 그 말만 듣고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일거리 안준다고 했을텐데?“
그 것 때문에 전화한 거 아니야. 말릭이 사람 한 명 보내겠다고 했지? 그게 나야. 말릭이 아무 것도 모르고 연락해서 어쩔수 없었다. 아무튼 이 일 다른 사람 구해, 너나 나나 서로 연관되기 싫으니까. 끊는다.”
잠깐!”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는 안드레이는 골치아픈 상황을 만났다는 듯 조용히 신음성을 흘렸다. 그 소리가 봅에게 안 들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깊은 소리였다.
볼 일이라도 있나보지?”
그 일. 빠른 등기야.”
바로 걸었다고?”
그래.”
누가 일할지도 모르는데?”
급했다고! 애초에 말릭이 보내는 애들은 다 문제 없다고!”
병신.”
수화기 넘어서 순간적으로 조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드레이가 한 짓은 욕을 먹어도 싼 수준이 아니라 잘못하면 오지 중 하나는 잘라야하는 짓을 했다.
다른 놈 구해.”
사람이 없어!”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러고 보니 바도 한산했지.”
이 번만 상관 없이 일하는게 어때?”
안드레이는 선심쓰듯 말했지만 그 말은 봅 입장이 아니라 누가 되더라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봅이 대답할 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니 목은 니가 알아서 챙겨.”
두 배로 줄게!”
하나님한테 빌지 그래. 잘하면 양 팔로 끝날 수 있겠지.”
씨발! 세배!”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그럼 씨발 뭔데!”
니가 좆같아서야.”
두 배에 영수증 다섯 개까지 끊어줄게!”
넌 니 어깨 위에 있는게 날아갈 마당에도 흥정하냐? 돈은 필요 없고 이때까지 안 준 영수증 다 끊어와.”
그거 다 썼다고!”
지금 죽던가, 나중에 죽던가.”
수화기 넘어서 끄응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알아듣기도 힘들게 화를 내며 방언으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더 성질을 냈다.
“121148,4P!”
그래.”
바로 이 근처였다. 봅은 전화를 끊고 설렁설렁 목적지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148웨스트 121번가 4플로어 우편함....... 보내는 이. L. H. 오스왈드."
우편함엔 여러 우편물이 섞여있었지만 모서리 끝부분이 빨갛게 색칠된 편지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일이 시작될 때 보는 건 언제나 오스왈드라는 이름이다.
그럼 받는 이는....... 디안드레 자말이라, 이름하고는."
스스럼 없이 편지봉투를 뜯어서 보자 그 안에는 자말이란 사람의 인상착의와 사는 집이 적혀있었다.
“120번가? 121번가보다 건물은 좋지.”
실없는 소리를 하며 편지를 읽어봤지만 딱히 봅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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